[Biz] 외국인·CEO‘고객 안 가린다’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현수 사장은 ‘병원’ 얘기만 나와도 손사래를 친다. 병원 가는
걸 싫어해 웬만한 질병에는 약을 먹거나 그냥 버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서울 강남파이낸
스센터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를 찾아간 뒤에는 이런 편견이 싹 사라졌다. CEO 전용
VIP룸에서 편하게 책을 보면서 분야별 검진을 기다리고, 검진 후에는 환자 전용 레스토랑에서
건강음료를 즐긴다. 정 사장은 “병원 이미지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비용이 다소 비싸더
라도 도심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기분 좋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
라고 말한다.
병원들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올 4월 초부터 개정 의료광고법
이 시행되면서 의료광고 제한 기준이 대폭 완화돼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의료광고시장이 커지면
병원들도 이제 차별화된 마케팅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병원 전문 홍보대행사인 메디칼애드
의 송영진 사장은 “의료광고법이 개정되면서 병원들이 무한경쟁에 돌입해 친절 서비스는 기본
인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 의료광고가 활성화되면 색다른 서비스에 특화한 병원들이 속속 등
장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병원들의 마케팅전쟁 속을 들여다보자.
■ CEO 위한 VIP마케팅 전력 중 ■
요즘 국내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 모시기에 열심이다.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해외 환자 유치활동
을 벌이던 것을 넘어서 병원 연합체까지 등장했다.
지난 3월 5일 보건복지부와 민간 의료기관
등이 참여하는 ‘한국 국제 의료서비스 협의회’가 정식 출범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여의도
성모병원, 국립암센터, 전남대병원 등 30여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해외 환자 유치 활성화에 나
선 것. 한국 병원을 소개하는 영문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국내 민간 보험회사와 연계한 국
내 의료관광 상품도 개발한다. 이들은 5월 초 미국 LA를 직접 찾아 홍보활동까지 펼칠 예정이
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대외협력실장)는 “실제 태국 병원들은 미국의 10분의 1
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으로 외국 환자들을 많이 유치해 동남아 의료 허브로 떠올랐다”며 “우리
도 이제 외국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선보여야 할 때”라고 설명한다.
서울산업통상
진흥원 역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경희한방병원과 의료관광 촉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
다. 경희한방병원은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상체질 검진과 체질별 맞춤식단 등을 제공하
는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진흥원에서는 의료관광 패키지상품을 개발하고 해외
현지에서 의료관광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각종 지원책으로 이를 돕는다. 경희한방병원은 올해
의료관광객 목표를 1500명으로 잡았다.
■ 원룸 대여에 문자메시지 제공까지‘무료’■
이색 마케팅으로 손님을 끄는 병원들도 많다. 동양성형외과는 지방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룸 서
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성형수술은 명절이나 긴 연휴에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지방 거주
자는 숙식이 불편하다는 점에 착안해 병원에서 가까운 원룸을 무료로 빌려준다.
강서제일병원
은 처음 병원을 방문한 고객에게 ‘첫 방문 스티커’를 왼쪽 가슴에 붙여준다. 이 스티커를 붙인
환자들은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가장 먼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환자들이 자칫 낯설고 어색한
병원 환경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병원 내부 위치도 잘 모르기때문에 도입한 서비스다. 화이
트스타일치과에서는 홈페이지를 방문한 환자들에게 하루에 100건의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
공하고 있다. 조건 없이 단순히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기만 하면 된다.
이롬치과에서는 당
인쇄하기
취 소
뇨환자를 위한 치아관리 특별 마케팅을 실시한다.
보통 당뇨환자는 치과 치료가 위험하다는 편
견 때문에 일반 병원이나 심지어는 대학병원에서도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데서 착안했다.
예민한 당뇨환자들에게 생체리듬이 좋은 오전 9시에서 낮 12시까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배
려한다. 당뇨성 치주질환 예방을 위해 구강검진부터 레이저 잇몸치료, 치석치료까지 함께 서비
스하는 ‘8개월 패키지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안홍헌 이롬치과 원장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며 “이 밖에도 아로마테라피, 명상음악
등 치료 전 긴장 이완요법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VIP마케팅은 이제 기본이 됐다.
신
촌세브란스병원은 VIP고객들을 관리하기 위해 ‘V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선임급 간호사 3명
으로 구성된 V팀은 대기업 임원이나 사회 저명인사 등을 대상으로 진료 수속·안내부터 퇴원까
지 모든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게 특징이다. CEO들을 위한 VIP 병실도 마련해 400
만~7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내면 숙식하면서 건강검진까지 받을 수 있다.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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